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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읽을거리/입시 & 취직

[옮김] 대구에서 신생 마이스터 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 썰

by    2019. 12. 26.

졸업을 앞두고 글을 쓴다.

난 지난 3년이 많은 걸 배우도록 해준 시간이라고 생각해.

프로그래머 지망생이, 시나리오 라이터 지망생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해 주고 조금 더 도약해줄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건 훌륭한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이지.

정말 훌륭한 선생님들이 있어서.

 

마이스터고(나무위키) :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0조 제1항제10호의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학교로, '전문적인 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산업계의 수요에 직접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 로 정의된다. 직업교육에 중점을 두었지만 수시 및 정시 전형 등을 이용하여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실제로 진학하는 학생도 어느정도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와 달리 거의 모든 비중이 취업에 쏠려 있고 거의 모든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산업 현장에 취업한다. 


특수목적고등학교로 분류되며, 교육부 산하가 아닌 공군 교육사, 해양수산부 등 다른 곳의 관리를 받고 있는 고등학교도 존재한다. 그런 이유로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에서는 전학이 불가능하며, 자퇴를 하면 다른 학교에서 1학년부터 다시 다녀야 한다.

아래 설명은 학교마다 다를 수 있으며 같은 학교라고 하더라도 매년마다 입시요강이 조금씩 바뀌므로, 대략적인 참고사항으로만 받아들이고 지망하고자 하는 학교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해당 학교, 부모님, 관련 교사, 해당 마이스터고 재학생/졸업자 등으로부터 얻기를 권장한다.

 

요즘 흥하고 있고, 내가 다녔던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에대해서 톺아보자.

난 대구소프트웨어고등학교 2기로 입학했었어.

음...

정확한 제도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학생들은 산학협력교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정식으로 임용고시를 치지 않은 현직 재직자에게 돈을 주고 교생 비슷하게 수업을 맡기는 거야.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정말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온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 선생들이 있어.

프로그래머로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점점 후배들에게 밀리면서 2선으로 내려갈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이미 2선으로 떨어졌고, 은퇴까지 한 사람들이 주로 오지.

이 제도 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야.

업계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듣는 말들은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숨기는데 급급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나는 소프트웨어 공학 전공, 더 정확히는 2D 게임 개발 전공이야.

게임 업계에서 가장 만연한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임금 체불 문제와 과로 문제가 있겠지.

이쪽 업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게임을 좋아하고, 또 즐긴다면 몇 번쯤은 들어봤을 거야.

어디 회사에서 며칠 동안 야근하던 사람이 자살했다, 병원에 실려갔다 이런 이야기들.

우리는 이런걸 합당화하고 당연한 일로서 받아들이도록 교육받아.

취직처를 고를 때 급료 관련되서 합의를 할 때 소기업들은 보통 4대보험비 월급 공제를 조건으로 거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위법이야.

4대보험비는 사측이랑 노동자가 나눠서 내는 게 맞거든.

이런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업계에 만연한 일이야. 

당연히 초등학교 6년에 중학교 3년 동안 살아온 세상에서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니까 우리는 반발하지.

그에 대해서 천천히, 느긋하게 선생들은 회유를 시도해.

원래 그런거야 모두가 다 그래 너만 특별히 대우할 순 없잖아 같은 말들로.

물론 안 믿으면 그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걸 안 믿긴 힘들거야.

 

비단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 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마이스터고에서도 나오는 문제점인데 학교측에서 취업률에 너무 목을 맨다는 거야.

이게 극단적으로까지 나가면 병으로 자원입대한 사람을 취업으로 처리하는 건 당연하고 편의점이나 고깃집 알바로 들어간 것도 취업으로 처리하게 되지.

이런 상황에서 마이스터 고등학생들이 취업을 나가기 시작하는 9월 이후에까지 취업이 확정되지 못한 학생들은 선생들로부터 수많은 무언의 압박을 받게 되.

상당히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와.

한 가지 꼽자면 진짜 농담이 아니라 하루에 하나 수준으로 취업관련 특강을 잡아서 여러분 프로그래머에게 최저시급을 줄 수 있는 회사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계약서에 그렇게 적고 다들 원래 적게 줍니다. 그에 반해서 저희는 이렇게 투명하게 까고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렇죠?

이런 소리를 매일매일 듣게 해.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살다 보며너 선생들을 말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열정페이를 뻔뻔히 제시하는 회사에도 순순히 들어가게 돼.

그런 학생들이 나쁘다는 건 아냐. 그것도 하나의 방식이고 그런식으로 커리어를 쌓아서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할 수 있는 확률도 아주 적지만 없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비판하고 싶은 건 그렇게 학생들을 유도하는 선생들의 악랄한 학사일정 편집이야.

제대로 된 정식 루트(수능-대학 IT 관련학과 입학-(군머)-취직)을 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고졸자의 입장에서 쓰는 거니까 조금 알던 사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더라도 양해해 줘. (이어짐)

 

마이스터고는 교장의 힘이 너무 강해.

정확히 말하자면 마이스터고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는데 아까 말했던 산학협력을 제외하고 정식 선생님들조차 국어나 수학같은 필수과목을 가르치는 일종의 교양 선생님을 제외한 전공 선생들은 이미 업계에서 굴려지다가 퇴물이 되어 쫒겨나고 어떻게든 밥벌이를 해야겠다는 마인드로 임용고시를 친 사람, 아니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할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임용고시를 친 사람을 데려다 놓아.

반면 교장같은 경우에는 실무 경력이 긴 사람들 중에서 몇몇을 뽑아 교원 자격증을 부여해서 데려다 놓는데, 큰 사회에 소속된 적 없는/큰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그렇게 빠삭한 교장을 이겨낼 수 없어.

교장이 뭐라뭐라 말하면 선생들조차 아 그런가보다 하고 따라가게 된단 말이야.

그 속에서 일개 학생일 뿐인 우리가 어떻게 대항하고 반박할 수 있겠어?

그리고 그렇게 선생이된 전공자들의 실력이 얼마나 안좋겠어?

솔직하게 말하고 들어갈게.

나는 중학교 때부터 미연시 같은 야겜에 푹 빠져서 살았고 개발자를 꿈꾼 이후로 그런 2D 게임 개발 이외에 어떤 분야에도 관심을 쏟지 않은 채 살아왔어.

어쩔 수 없이 중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과학, 영어 같은 기초적인 학문들만 배웠을 뿐  파이썬만 조금 하고 C언어도 제대로 못 땐 채 학교에 들어갔다고.

그런 상황에서 내게 배움을 주고 이끌어줄 사람을 간절히 원하고 학교에 들어갔는데도 선생들은 내게 어떤 대답도 못해줬어.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들은 굳이 전공 시간에 할당할 필요도 없이 인터넷에 게임 개발자가 되려면 뭘 해야하나요?

라고 검색한 다음에 무료 강좌를 찾아 봐도 될 정도의 별 볼일 없는 내용이었어.

내 잘난척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니야.

만약에 코딩과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걷고 있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네가 약 한 달동안 구글링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전심전력으로 공부한다면

우리 선생들보다 잘 하게 될거라고 난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어. 

 

마이스터는 인권 문제를 무시해.

이건 좀 민감한 이야기니까 적당히 빼가면서 이야기 할께.

만약에 선넘었다 싶으면 글삭해줘.

대구시교육청은 교육감이 있고 그 밑에 각 부서가 있어.

마이스터부는 교육감 직속이고 다른 어떤 부서와도 독립되 있지.

그리고 이명박 박근혜 두 명의 대통령 재임 시절을 지나면서 상당히 고였지.

학생이 감사 요청을 넣어도, 인권단체에서 감사 요청을 넣어도 전부 무시할 수 있고.

1년 동안 마이스터부에 할당된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서류는 공개하지만 위조 여부를 대조하기 위해서 원본 파일을 요청하면

상큼하게 무시할 수 있는게 대구의 마이스터부야.

지역 비하발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구는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층이 많고, 자기 자신이 우익 운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

그리고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말 그대로 보수의 신전성기였어. 당연하게도 대구 시의회라던가 교육청 같은 높으신 분들(?)이 있는 곳에도 그런 사람들이 진출했어.

그렇다보니까 아무리 감사 요청을 보내도 학생들은 두들겨 패야 말을 듣는다라는 마인드로 응답을 안 해.

선생들은 지능적이게 되었으니까 애들을 몽둥이로 패는게 아니라 말과 상황으로 두드려.

부모님들은 이 모든게 10대 학생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성급한 결론짓기로 판단하고 들어주지 않아.

큰 회사의 기자들은 이런 것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는 기삿거리가 있는데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작은 지역지들은 제보해봤자 막혀서 튕겨나가. 그 사람들 머릿속도 똑같으니까.

인권단체에 부탁해 보아도 할 수 있는건 없어.

학생 총궐기? 꿈도 꾸지 마.

학교 내에서도 학교 측에 최대한 붙어먹으면서 빼낼 꺼 빼먹는 애들이 있고 온갖 고고한 척 다 해대면서 끝까지 뻗대는 선비들로 나뉘어서 백날천날 싸우기만 하니까.
마이스터고라는 제도가 원래부터 실패할 제도였던건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우리는 3세대라고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마이스터고가 출범하고 실무자를 교장에 앉히는 정책이 생기면서

점진적으로 학교는 전근대화 되기 시작했어.

학교는 작은 사회라고 하지만 그건 비유일 뿐이라고 생각했어.

정치질과 줄타기가 꼭 필요한 말 그대로 규모가 작은 사회가 아니었으면 했어.

하지만 지금의 마이스터고는 상사가 선생들로 바뀌었을 뿐 직작생활가 다를 바가 없어.

아니, 어쩌면 더 심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마지막 문제점이야.

마이스토고 중 대부분은 기숙사를 운영해.

그리고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이 드러나지.

사감이야.

비단 고등학교 뿐 아니라 대학에 가서도 학생과 사감은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존재겠지만 마이스터고에서는 더 특별해.

밤에 불이 꺼지고 선생들이 퇴근하고 학생들이 기숙사로 올라가면 사감은 하나의 절대왕권을 지닌 권력자가 돼.

기숙사 규칙을 멋대로 만들거나 없엘 수 있고 특정 조항을 해석하는 것도 사감 마음대로기 때문에 한 번 밉보인다면 기숙사살이 엄청 고달파져.

우리 학교에서 있었던 일 읊어줄게.

우리학교에서는 아침운동으로 택견 수련을 해.

그날은 학기가 끝나고 방학식 당일이었기 때문에 택견 선생들은 전날에 미리 내일은 내려올 사람들만 내려오고 나머지 사람들은 기숙사에서 쉬는걸로 합시다! 라고 이야기하고 사감에게 이야기를 해 둔 상태였어.

우리는 그 말을 믿고 나를 비롯해서 아침 운동을 싫어했던 학생(전교생 180명 중에서 100명 조금 안되는 숫자)들은 안내려가고 단잠에 취해있었지.

기상 알림이 울리고 사감의 노성이 들려왔을 때 택견 선생의 말과 달랐기에 우리는 패닉에 빠졌어.

몇몇 애들이 전령을 자처하면서 내려가 택견 선생의 말을 들어서 전해줬지.

내 룸메이트들과 몇 애들이 조심조심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패닉에서 깨지 못한 몇몇은 당황하며 기숙사에서 시간을 보냈지.

이건 우리 잘못이 맞아.

선생의 지시에 제대로 응하지 못했으니까.

몽둥이를 들고 올라온 사감은 그걸로 우리를 구타하진 않았지만 이층침대의 쇠부분을 강하게 내리치며 우리들을 다그치기 시작했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우리들은 내려가기 시작했지.

그런데 선생은 장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미리 사감을 돕는 자치위원을 통해 몸이 아프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점호를 면제받은 사람들까지 강제로 일으켜서 내려보냈다는거지.

아래서 모여 혼난 뒤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서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한 애가 사감에게 따졌어.

미리 허가도 득했는데 대체 뭐가 잘못됐냐고.

그떄 사감의 대답이 걸작이었지.

선생이 내려오라면 내려와야지 말이 많네. 반 번호 이름 불러(기숙사 벌점 주겠다는 뜻)

그게 도화선이었어.

분노를 터뜨리는 우리에게 사감은 소리쳤지.

난 사감이고 너희는 학생이야 사감 말에 따라 알겠어?

내가 나서서 말대꾸했지

아무리 사감이라고 해도 잘못에 대해서 인정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잘못한것도 있지만 선생님께서 실수한 것도 분명 있는것 같은데요.

헛기침 몇번과 함께 역정을 내던 사감을 진정시킨 건 상황을 보다 못한 택견선생이었어.

간신히 화를 가라앉힌 우리들은 밥을 먹으로 갔고 나를 포함한 180명 중 대부분이 아주 많이 화가 난 상태였어.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대부분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지.

거짓말 하지 말고 선생 말이나 잘 들어.

 

 

사감이, 교장이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학교의 모습은 우리가 겪는 것과는 너무나 달랐어.

과장을 보태지 않더라도 무언가 촬영이 있을 때의 군대 내무반의 모습과 평상시 내무반의 모습의 차이 정도였어.

나는 군대랑 군대랑 관계없는 다른 것을 비교하는 걸 아주 싫어해.

군대는 하나의 폐쇠적인 공간이고 다른 곳과 소통의 채널이 없는 곳이니까.

그런데 내가 들어간 마이스터고는 군대의 상황과 너무 닮아있었어.

군인은 아니었으니까 휴대폰으로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선생들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우리 학생들이 직접 겪은 일은 믿어주지 않았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뭘까?

건강검진 날 우울증 고위험이 나왔던 사람 수가 20명이 넘었어.

8명이 확진을 받았고 한 명은 자살 징후 때문에 당장 입원치료까지 받아야할 지경었어.

나 또한 그 8명 중 한명으로서 우울증과 홧병으로 앓아누워서 반년동안 병원을 왔다갔다 해야했고 아직도 완전히 헤어나지 못했어.

 

난 아주 건강한 사람이었어. 또래에 비해 키가 조금 작긴 했지만 모든 게 완벽했다고. 근데 학교에 들어가고 채 3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스트레스성 폭식에 시달려서 몸무게가 50Kg가 불었고 또 반대로 거식증 때문에 2주 만에20Kg가 빠졌지(50+50-20 = 80. 뻑하면 발작하는 무기력증 때문에 고생하는 건 덤이고. 물론 마이스터고를 나오면 얻을 수 있는 선취업의 매리트는 크고 각종 자격증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군대 관련된 문제(병특)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걸 부정은 안할게. 하지만 학교에서 해주는건 아무것도 없어. 오히려 너한테서 뺏어가면 뺏어갔지. 그래도 마이스터 학생이 되고 싶다면 안 말릴게. 하지만 하나만 알아줘. 마이스터 고등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내무반 생활 미리 해보는 거랑 똑같다고. 정말... 엿같은 경험이었어. 추천하고 싶지 않아.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이스터를 고민하는거라면 난 차라리 공고나 정보고를 권하고 싶어. 어쩔 수 없이 몇가지 과장이 섞여들어갔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나는 내가 기억하고, 문서와 녹취록이 말하는 한 사실만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어. 마이스터에서 3년 다녔던 기억이 자랑은 아니지만. 또 이런 학교가 전부라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 경계하자는 뜻에서 읽어줬으면 고맙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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