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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읽을거리/인생 & 썰

[이야기] 정신병 걸린 친구

by    2019. 9. 27.

꽤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가 있다. 끈끈한 우정이 느껴지는 그런 관계는 아니다. 사람은 싫지도 않고 좋지도 않다. 그냥 오래 부대끼다 보니 너무 편해진 친구다. 서로 욕하고, 진심으로 싫증 내기도 한다. 그래도 "누구에게 이렇게 솔직하게 속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싶은 가까운 친구였다.

그러던 친구가 언제부턴가 이상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읽는다거나, 모르는 사람과 항상 같은 생각을 한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머릿속이 흐릿하다고 불평했다. 나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길 권했지만, 그는 계속 미신적인 설명을 찾아다녔다. 귀신에 들렸다던가, 영혼이 통한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괴로워하면서도 해결책을 찾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이한, 가끔은 피해망상적인 대답을 찾으려고 매일 고군분투했다. 

겨우 설득해서 결국 진료를 받기는 했지만, 약 먹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로 금세 관두었다. 관찰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따름이었지만, 내가 약 먹는 고통을 어떻게 알까? 수면제를 포함한 다양한 향정신성 약품을 처방받았다는데, 듣기로는 한 알 한 알의 부작용이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병원에 다니지도, 약을 먹지도 않고 있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이 있다면, 지금의 증상들이 신들림 같은 것이 아닌 일종의 병임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피해망상적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타인에게 항상 오해를 받는다던가, 누군가가 자신을 해코지한다던가 하는 이야기다. 자세히 물어보면 구체적인 주체와 대상은 없고, 두루뭉실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그의 머릿속을 꽉 채운 듯 했다. 잘 지내나 싶어 안부를 물어보면, 몇 마디 지나지 않아 피해망상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의 말이 다 사실인줄 알았고, 그 후에도 한동안은 진지하게 들어줬으나, 결국 나도 지치고 말았다. 걱정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일부러 연락하지는 않고 있다.

요즘 뉴스에 조현병과 연관된 사건이 종종 보인다. 

이 친구도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내가 사소한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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