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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읽을거리/인생 & 썰

[이야기] 방송통신대학교 이야기

by    2019. 9. 27.

방송통신대학교 중퇴. 2019년 지금 내 최종학력이다.

비록 중퇴했지만, 나는 방송대에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다. 단순히 고등학교 다음이 대학교라, 별생각 없이 대학에 가는 것과 다르다. 생업으로 바쁨에도 불구하고, 모두 학업을 위해 시간을 쪼개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등록금은 학기당 30만 원 정도다. 대학으로 인정받는 기관 가운데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사이버대학마저도 등록금이 100만 원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열심히만 한다면 장학금도 넉넉히 준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장학금을 받기가 쉽다. 시간을 좀 투자한다면 거의 무료로 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방송통신대학교라 해서 온라인 혹은 방송매체를 통해서만 수업을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방송대는 전국 각지에 캠퍼스가 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모두 이곳에서 치르고, 간혹 오프라인 수업을 하기도 한다. 참가는 자율이다. 그리고 각 캠퍼스에는 작은 도서관과 독서실, 컴퓨터실 등이 딸려있다. 대학생들이 누리는 편의시설들을 사용할 수 있다. 큰 대학들에 비하면 작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방송대는 누구든지 받아준다. 당신이 공부와 벽을 쳤더라도, 한 푼의 돈도 없더라도,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있더라도, 방송대에서 공부하고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과제물은 "재소자용"으로 따로 문제를 내어주기도 한다. 대학은 공부를 잘 해야만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구든지 먼저 받아주고 공부할 기회를 주는 방송대는 내게 굉장히 인상 깊었다.

한국어로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라는 다소 이상한 이름이다. 처음에 나는 이 대학이 방송과 통신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대학인지, 방송과 통신을 통해 가르치는 대학인지 헷갈렸다. 반면 공식 영문 명칭은 꽤 그럴듯하다.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 "한국국립개방대학" 같은 느낌이다. 다닐 적에 "외국에서는 더 인정해주지 않을까?"하면서 괜스레 망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중간에 포기한 이유는 귀찮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뿌듯하고 기분 좋은 것 외에, 4년간의 학업을 마쳐야 할 실용적인 이유는 없었다. 허무하지 않은가? 이렇게 좋은데도 불구하고, 막상 매일매일 살아가는 데에 학위증 하나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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