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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읽을거리/인생 & 썰

[스크랩] 일본 교환학생 썰

by    2019. 9. 27.

2014년 4월에서 2015년 2월까지 교환학생으로 유학을 했음.

그때 일본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거 썰로 풀어봄.

1. 우츠노미야란 곳에 관해

유학 했던 곳이 토치기 현의 우츠노미야 시란 곳임. 토치기 현의 중심지이고 신칸센이 지나가는 곳이긴 함.

보통 관광객들은 닛코를 가기 위한 환승역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음.

우츠노미야에서 유명한 건 교자임. 근데 교자밖에 없음.

심지어 마땅한 관광지도 없음. 레알.

서쪽에 높은 산맥이 있기 때문에 겨울에도 눈 대신 비가 오는 편.

그리고 게릴라성 호우가 지1랄 같음. 

특히 6월 쯤부터 심해짐. 불과 10분 전만해도 해가 쨍쨍한 하늘에 난데없이 먹구름이 끼면서 폭우가 쏟아질 정도.

심지어 6월부터 7월 사이에 이런 식으로 비가 안 온 날이 단 한 번도 없었음.

주요 교통 수단은 자전거. 

지하철 같은 건 당연히 없고, 버스는 있긴 한데 요금만 비쌈. 자전거가 있으면 굳이 탈 이유가 없음.

근데 내가 있던 기숙사가 주택가로 둘러싸인 애매한 곳에 있어서,

학교까지 가는데 자전거로 15분

가장 가까운 편의점까지 가는데 자전거로 15분

가장 가가운 마트까지 가는데 자전거로 20분 걸림.

미국이 자동차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던데, 여긴 자전거 없으면 일상생활 불가능 ㅇㅇ

유희왕을 때려칠까 말까 고민하던 때라 TCG매장을 좀 알아보기도 했는데,

내가 발견한 것만 한 8군데 쯤 됨. 

여긴 TCG 카드도 일종의 중고품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중고샵에서 TCG매장을 차린 경우가 많았음.

아주 편리하게도 애니메이트, 멜론 북스, 라신반, 옐로 서브마린 등등의 오타쿠 샵이 건물 하나에 다 있음. 

그냥 7층짜리 건물 전체가 오타쿠 샵.(근데 토라노아나는 없었다.)

여기도 역사적으로 2차 대전 때 미군의 공습을 받은 도시. 

시내에 있떤 목조 건물들이 죄다 불타 없어졌지만, 그 화재 속에서도 멀쩡했던 민가가 딱 하나 있는데, 

지금은 문화재로 취급 중. 100엔 내고 들어가면 내부 구경할 수 있음.

관동지역에 속하는 지라 나름 도쿄랑 가까운 편. 108KM밖에 안 떨어짐.

하지만 후쿠시마랑 불과 164KM 밖에 안 떨어져 있음.

2. 우츠노미야 대학.

나름 국립대. 캠퍼스는 작지만 두 군데로 나뉘어짐.

국제학, 교육, 농업, 공대 대충 이 정도로 속하는데, 내가 속한 건 국제학부.

여긴 모든 과목이 1주일에 한 번 90분 수업으로 편성되어 있음.

덕분에 공휴일이 몰려 어떤 각 요일간에 밸런스가 안 맞으면 그 요일에 다른 요일 수업으로 대체되기도 함.

(수요일에 공휴일이 몰리면, 대신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수요일 수업으로 대체하는 식)

일본 대학에는 생협이라고, 문방구+편의점+서점을 합친 느낌이 있는 곳이 있음.

근데 가격이 비싸서 교과서 살 때 외에는 이용 안 함. 5000엔을 내면 회원카드도 만들 수 있는데, 교과서 살 때 약간의 할인이 적용 됨. 그리고 나중에 회원탈퇴 하면 다시 5000엔을 돌려 받음.

근데 나중에 탈퇴하려고 갔더니 도장 필요하다네? 장난함?(일본에서 살려면 도장들고 가야하는 이유)

그리고 일본 학교답게 서클 활동이 매우 활발했음. 심지어 이 학교는 승마부도 있을 정도였음.

난 TRPG부에 들어가서 TRPG하고 놈.

3. 기숙사

위에 얘기했듯, 대학하고 좀 떨어진게 흠. 한 달에 6000엔이라는 매우 싼 가격을 자랑하는데.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는 각자 부담이고, 인터넷 깔려면 자기가 개인적으로 신청해야 됨.(1달에 5000엔)

나는 식당도 가깝고 출입구도 가까운 2층의 딱 좋은 방에 걸려서 나름 꿀빰.

여긴 또 샤워룸 키친룸 해서 기숙사 방이 두 타입으로 나뉘어진 구조인데, 

샤워룸인 방은 키친 설비가 없고, 키친룸은 샤워 설비가 없음.

그래서 공용 식당과 공용 샤워부스가 있는데,

공용 식당에서 가스 쓰려면 10엔씩 써야 되고, (달걀 하나 프라이하면 다 씀)

공용 샤워부스에서 샤워하려면 100엔씩 써야됨. 

좀 뭐 같은 구조이긴 하지만 비용이 싸서 넘어감.

대충 이것저것 짤막하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나도 모르게 스압이 됨. 나머지 부분들은 다음으로... 

4. 학교 생활

여긴 수강신청 하는 방법이 한국과 매우 다름.

사전에 인터넷으로 수강 신청해야 하는 바람에 오전 8시 딱 맞춰서 피터지게 수강신청 해야 하는 우리나라랑 달리,

여기는 개강하면 내가 듣고 싶은 강의를 미리 듣다가, 나중에 자신이 들을 강의를 용지에 작성해서 제출해야 됨.(연필로 마킹함)

수업 받으면서 몇 가지 특기할 만한 거만 적어봄

4-1. 

교환 유학생들끼리 일본어 테스트를 해서 등급을 받는데,

나랑 같은 시기에 다른 학교에서 온 한국인 A군이 지각함. 그 덕분에 상중하 중에서 중을 받아 중급 반에 편성되었는데, 

자기는 N1도(일본어 능력시험 1급) 있는데 중급이 말이 되느냐, 시험을 고작 한 번 쳐서 반을 나누는 게 말이 되느냐 이런 불평을 늘어놓음.

아니, 그럼 본인이 지각하지 말던가.

4-2.

나는 상급 반에 들어가서 따로 전담 교수와 함께 OT를 받음.

나는 일어일문과라서 여기서 일본어 관련 수업을 받아야만 나중에 전공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

마침 이 교수가 하는 게 일본어 관련 수업이라 들으려 하는데, 이상하게 설명할 때부터 뭔가 대충 설명하는 게 자꾸 안 하는게 좋다는 식으로 설명함.

참고로 이 수업은 상급반 과정에 포함된 과목임.

나중에 수업 들으러 갔더니 다른 유학생들(교환학생이 아니라 일반 4년제 유학생들)이 있었음. 

근데 교수가 날 보더니, '그쪽은 일본어를 잘해서 굳이 안 받아도 됨' 하길래, 전공 인정 때문에 받고 싶다고 말함. 위에서 말했듯 수업 일단 듣다가 나중에 따로 신청하는 거니까 일단은 듣고 싶다고 얘기함.

근데 이 교수가 갈수록 표정이 험악해지면서 그래서 들을 거냐 안 들을 거냐고 성을 내기 시작함.

그러면서 나중에 메일 보내줄 테니까 정 할 거면 그 시간대에 내 방으로 와서 신청하라고 함.

아, 한 편 내 옆에 이 수업 들으려고 위에서 말한 A군도 같이 있었는데, '넌 중급 이라서 안 됨' 하고 교수가 딱 잘라 말함.

나중에 메일을 받았는데 '어쩔 수 없이 하고 싶다는 학생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다 보낸다. 하고 싶으면 12시~1시 사이에 내 방으로 와서 해라. 그 나머지 시간엔 안 받겠다.' 이럼.

한 마디로 받아주기 싫다 이거임.

와 시바 이게 일본식 돌려말하기구나 하고 생각함.

근데 위에서 말했듯, 이거 상급 반에 포함된 과목임. 일반 4년제 유학생은 받으면서 왜 교환학생들은 안 받겠다는 건지, 참 웃김.

여튼 그 교수와는 이 이후로 상종도 안 함.

뭐 나중에 이것 때문에 말이 많았다곤 하는데 잘 모르겠음.

4-3. 

신청했던 과목 중에 게임 제작 수업이 있었음. 각종 게임 제작에 관한 이론인데, 

한 마디로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재밌는 게임이 나오는가임.

당시 내 꿈이 라놉 작가였는데, 이게 또 소설 시나리오 창작이랑 밀접한 부분이 많아서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들음.

수업도 재밌었음.

일단 무작위로 4~5명씩 그룹을 만드는데, 나중에는 그룹이서 실제 주사위 게임을 제작해야 됨.

내 그룹은 다섯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일본애들임. 그것도 다 신입생들.

필요한 수업을 듣고, 이제 그룹이서 게임 제작 해야하는데, 

역시 조별 과제는 거르는 게 답이라는 걸 물 건너 땅에서도 여실히 느낌.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머지 애들이 유효한 아이디어만 몇 개 던져 줬을뿐, 100퍼센트 내가 다 제작함. 내가 메일로 사소한 거라도 부탁하면 할 줄 모른다느니, 모르겠다느니 하면서 협조도 안 함.

내가 개인적으로 보드 게임 만드는 게 취미이기도 해서, 나름 타블렛까지 가져다 의욕적으로 만들었는데,

여튼 그 덕분에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나중에 교수가 메일로 종합 평가에서 1위 했다고 알려줌.

그리고 그 사실을 들은 위의 발암 년놈들은 라인(이 동네는 카톡 말고 라인을 씀)으로 자기들끼리 수고했다고 자화자찬.

ps: 

내가 한국어로 필기하고 있는데, 위의 발암 년놈들 중 한 년이 그걸 보고선 나에게 이렇게 물음.

"이거 중국어임?"

와.... 세상에...

4-4. 

정치 관련 수업을 들은적 있음. 교양과목 쯤 됨. 

사실 1학기 때 이 교수 수업 들으려고 했는데 인원이 폭주해서 못 들었음. 그래서 2학기 때 들었는데 역시나 인원수가 폭주해서 나중엔 제비뽑기로 수강생 뽑음.

교수는 머머리인데 오타쿠임. 

OT 때 나눠준 안내문도 달빠 냄새가 심하게 나길래, 뭐지? 했는데 수업 때마다 꼭 애니를 틀어서 수업에 써먹음. 

당시 화젯거리였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단간론파 애니의 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는데, 와 이 교수 천재인가 싶었음.

단간론파 1화 보면, 캐릭터 A랑 B가 싸우려 할때 주인공이 둘을 말리려다 B한테 처맞는 장면이 있음.

주인공이 일본, A가 일본의 동맹, B가 A의 적대국에 대입해보면, 일본 내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왜 반대하는지 알 수 있음. (한마디로 남의 나라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피 보기 싫다 이거)

그리고 한번 2차 대전 직후 일어났던 영상물을 보여줬음.

흑백 영상인데, 과거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일본군 상이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알리는 그런 장면이었음.

어휴, 전쟁 가해자들이 또 뭔 개소릴 하나 싶었음.

그리고 교수가 이렇게 설명함.

"이 영상에 나온 군인들은 징병되었던 조선인들입니다."

헐?

이 군인들은 상이 군인임에도 피해 보상도 못 받았다는 게 주 내용.

일본 정부에 얘기했더니 "우리랑 관계없음 아몰랑"

한국 정부에 얘기했더니 "그걸 왜 우리한테 따짐? 아몰랑"

이런 역사도 있구나 해서, 놀랬던 일화.

4-5.

비슷하게 정치관련된 수업임. 앞으로의 수업 내용 중에 '이슬람 나라' 에 관한 게 있었음.

오호라, 이슬람 나라들에 관한 건가? 한 번 들어봐야지. 했더니,

그게 아님

이슬람국가, IS임.

띠용??

그리고 그룹으로 각자 IS에 관한 생각을 주고받았는데, 

한 일본인 학생 왈:

"전쟁은 나쁜 거 아닌가요? 이건 힘의 균형이 없어서 전쟁이 발생하는 거라고요. 다들 냉전시대 때 소련과 미국이 각자 핵무기를 갖고 있으니까 서로 못 건드렸던 거 아시죠? 그러니 IS에게 핵무기를 주면 전쟁은 끝날 겁니다."

와 이건 뭐...

5. 기숙사 생활

기숙사가 싼 값에 좀 허름한 구석이 있고, 마트까지 왔다갔다 자전거로 1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재밌게 생활 잘 했음.

기숙사니까 나름의 규칙도 있고, 당번 정해서 청소도 해야 됨.

기숙사 관리인이 한 명인데 평일에만 근무하는 사람이라 자유도가 높았음.

게다가 기숙사가 알게 모르게 융통성이 대단한 사람이었음. 

원칙대로는 안 되지만 그냥 모른 척 눈감아 준다는 식이 많음.

예를 들어 빈 기숙사 방을 안 잠그고 열어 놓은 게 대표적. 외부인 묵고 가는 건 원칙대로 금지이지만 그냥 이렇게 눈감아 준다는 식.

아, 물론 위에 말한 청소 당번은 해야 됨. 제대로 안 하면 관리인이 다시 해라고 함.

왜 이런 얘길 하냐면 아까 말했던 한국인 A 때문임.

솔까 이놈이 좀 개념이 없음. 

관리인이 하지 말라고 하는 건 꼭 하고, 해라는 건 죽어도 안 함.

복도에 물건이나 박스 같은 거 놓지 말라고 얘기해도 들은 척도 아나고,

당번으로 정해진 청소도 죽어도 안 함.

내가 왜 안 하냐고 물어봤더니,

'솔직히 식당 더러워서 저 안 쓰거든요? 그런데 왜 제가 식당 청소해야 되죠?' 아주 당당하게 이럼.

뭐, 솔직히 식당이 더럽기는 함. 1년에 1번 전문업자가 와서 청소하는 데도 달라진 게 없을 정도.

여튼, 관리인이 일본인 다워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문제 생기면 그 사람에게 직접 얘길 하는 게 아니라 방문에다가 할 말을 종이로 써 붙여 둠.

걔 방에 가면 꼭 방문에 '청소하세요.' '문 옆의 박스 치우세요' 하는 쪽지를 꼭 볼 수 있음.

아, 물론 우리의 A군은 들은 척도 안 했습니다.

나중엔 관리인이 참다 못해서 '청소 안 하면 학교에 알려서 기숙사에서 퇴실조치 하겠다.' 라고 하니까 마지못해 하기는 함. 물론 그때도 왜 내가 이런 걸 해야하냐는 얼굴로.

그리고 청소 제대로 안 해서 다시 하라고 빠꾸먹은건 덤.

A군에 대해 안 좋은 얘기만 하긴 했지만, 사실 내가 제일 사이좋게 지냈던 게 A군이긴 함.

다만 애가 좀 개념이 없었을 뿐.

출처:PlayXP Drake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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