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지도를 그렸는지 알려주는 명칭들
미드웨스트. 서쪽 중간 쯤이란 뜻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아니다. 미국 국토 전체로 보면, 저긴 동쪽 중간 쯤 아닌가? 중동도 마찬가지다. 근동(Near East), 중동(Middle East), 극동(Far East)으로 나뉘어지는 "동쪽" 중에 가운데 있는 중동인데, 사실 그냥 가운데에 있다. 미대륙을 뺀 구대륙의 동서를 기준으로 한다면, 오히려 중서(Middle West)가 맞을 정도로 서쪽에 치우쳐 있다. 두 지역 다 명칭과 실제가 반대인 것이다.
이는 지도를 그리고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 어디에서 살았는지, 어디를 중심으로 생각했는지 알려준다. 미국 동부에 처음 정착해서 서쪽을 개척하던 미국인에게는, 미드웨스트는 서쪽이었고, 더 먼 서해안에 비해 "중간 쯤"인 지역이었다. 마찬가지로 유럽인들에게 중동은 자신들의 동쪽 지방이었고, 동쪽 더 먼 곳의 땅과 문명을 인식하게 되자, "중간 쯤" 동쪽인 곳으로 불리게 된다. 먼저 지도를 그렸던 사람의 위치로부터 지어진 이름인 것이다.
비슷한 예시로 조선시대의 좌수영/우수영 구분이 있다. (아마 해군기지인 수영 말고도 다른 예시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북쪽을 위로 두고 지도를 보는것이 익숙해져서, 자연히 서쪽은 왼쪽, 동쪽은 오른쪽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 때문에 조선사에 흔히 등장하는 전라좌수영/우수영, 경상좌수영/우수영의 위치를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좌/우수영의 구분은 북쪽을 위로 한 지도가 아닌 왕의 좌/우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한양에 기거하는 왕이, 남쪽 지방으로 내려다보았을 때, 왼쪽은 동쪽이고 오른쪽은 서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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