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잘한 읽을거리/인생 & 썰

교민 입장에서 사우디 생활한 썰 (장문)

by    2024. 2. 21.

ㄱ형들~~ 존댓말쓰면 읽는이도 불편할거 같아서 그냥 반말쓸게

 

최근 뉴캐슬 인수건땜에 사우디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아진거 같아. 

 

나는 어렸을떄 사우디 제다에서 4년정도 살았는데 아버지가 주재원이셔서 갔었어. 처음 도착한건 2009년도니까 내가 중3 때였네. 비자 받는데만 6개월걸렸다 ㅋㅋㅋ... 가기 전에는 사우디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고 이름도 한두번 정도 밖에 안들어봐서 그냥 사막 한가운데 집이 있는줄 알았어. 막 모래폭풍 있고 그런. 공항 도착하자 마자 그런 생각 안나더라 공항도 꽤 현대적이였고, 물론 그 특유의 아랍향수랑 인도인 노동자 냄새는 많이 나긴 했지만. 도심으로 가면 갈수록 높은 건물들도 꽤 있구. 우리는 Basateen Village 라는 곳에 살았는데, 아버지가 한 4개월 정도 일찍 파견나가셔서 이미 집을 구하신 상태였어. 가보니까 집이 무슨 대궐 같은거야. 나중에 아빠회사직원분들이랑 아빠 얘기하는거 들어보니까 연세로 한화 1500만원정도 였던거 같은데 그당시엔 몰랐는데 엄청 좋은 데 살았던걸 어른 되서야 아네. 당연히 우리가 낸건아니고 회사측에서 학교, 집, 차 등을 지원해준걸루 알고 있어. 자랑이 아니라 사우디에서 우리가 살았던 환경을 생각해보면 그정돈 해줘야겠다~ 이 수준인걸로만 알아줘. 

 


살았던 Al Basateen Village

일단 첫번째로 깜짝놀란게 성인 여자는 무조건 (내국인 & 외국인) 아바야 (그 긴 검은 천 맞아) 를 입어야했다는거야. 덕분에 우리엄마랑 누나는 맨날 이 답답하고 긴 가운을 입고나갔어야하는거야. 기온이 40도가 넘는데도! 나중에 여쭤보니까 여름에는 땀이 다 차서 집밖 나가기도 싫으셨다는거야. 그리고 여자는 혼자 백화점, 슈퍼, 아예 그냥 밖을 못나갔어. 종교의 입김이 강력한 나라여서 그런진 몰라도 성인 남성, 그것도 남편이나 삼촌 등 가족이 아니면 나갈수 없는게 여성이였던거지. 쇼핑묠에도 수시로 사우디 경찰이 돌아다니고 여성들이 다니면(그럴일은 거의 없겠지만) 잡아간다고 했어. 지금은 운전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때는 여성이 운전도 하지 못했단말야. 그래서 나랑 엄마는 아빠가 출장가면 발이 동동 묶인 채로 아무데도 가지 못했어. 한번은 학교 셔틀버스를 놓쳐서 아예 학교를 그날 못갔음. 

 


여자들이 입는 아바야

한 5월부터 10월까지는 야외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 거의 매일매일이 35도 가 넘고 한번은 48도 까지 같던걸로 기억해. 그래서 어딜갈려구 차만 시동걸면 차가 무슨 사우나 같이 뜨거워져가지고 에어컨 10분정도 틀고 난뒤 타야할지경이였단 말야. 게다가 차는 가끔 너무 뜨거워져가지고 난 이게 터지는 건가 생각을 몇번했어. 아스팔트도 진짜 뜨겁구. 한번은 집오는길에 뛰다가 넘어졌는데 아픈것보다 뜨거운게 더 ㅈ 같아서 빨리 일어났어 ㅋㅋㅋㅋ. 바람 많이 부는 날에는 모래바람이 무슨 토네이도 처럼 불어서 눈, 코, 입, 머리 아주 그냥 온몸에 다들어갔어. 그것때문에 아직까지도 비염과 코알레르기를 동반하고 살아. 이게 얼마나 심하냐면 모래폭풍이 온다음날에는 차가 아주그냥 모래로 뒤덮여있어. 형들 막 인터넷에 '두바이에 버려진 슈퍼카' 이런 사진 봤지? 딱 그렇게 되있어. 그런 사진들 보면 버린게 아니라 그냥 1주일정도 어디 갔거나 그런거야. 1주정도 밖에 안됬는데 그렇게 모래가 많은거라구. 

 


흔한 모래폭풍. 이사진은 리야드인데, 제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고 라마단이라고 이슬람애들이 한달동안 금식 하는게 있거든. ㄹㅇ 비이슬람교인 나도 ㄹㅇ 지옥이였어. 학교에서도 물 한모금 못마시고 음식점도 다 닫았고. 밖에 가게들도 저녁 7시 까지는 다 닫고. 그냥 온 세상이 7시에 시작하는줄알았어 정말. 추가로 한번은 엄마가 라마단 기간에 잠깐 편찮으셔서 한국에 2주동안 치료하러 가셨거든. 그 2주동안 나랑 아빠 라면 14봉지 + 햇반 30개 먹었닼ㅋㅋ. ㄹㅇ 지옥이였어. 식당두 안열고 그렇다고 음식을 잘하는것도 아니고. 음식을 배달시킬수도 없고. 그런 시스템이 없었으니까. 나 7키로 찌로 아빠 4키로 찌셧닼ㅋㅋ. 식당 먹을거 입맛 ㅈㄴ 안맞다 ㄹㅇ. 무슨 아랍음식 있는데 죄다 이상한 향신료 풀때기 넣어가지고 한국인은 못먹는 그런 맛이다. 

 

게다가 무슨 인터넷도 ㅈㄴ 느려. 그냥 아예 안되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해. 나는 그때 스크에 빠져 있어서 ㄹㅇ미칠지경이였음. 한 1-2주 시도해보다가 빡쳐서 그 뒤로 안함. 그담부터 강제 헬창됨. 집에서도 하루에 5-6 번 와이파이 끊기고 티비, 드라마 아무것도 할수없었음. ㄹㅇ 강제 공부행. 

 



다녔던 학교. 사진은 이렇지만 거기선 가장 명문급 학교였다. 컨테이너 박스

 

마지막으로 한번은 자다가 엉덩이에 도마뱀이 떨어짐 ㅅㅂ. 에어컨 바로 밑에 침대를 뒀거든. 시원하라고. 근데 어느날 자고 있는데 엉덩이에 뭐가 둔탁한게 떨어지는 거야. 그 개더러운 느낌에 바로 꺴지. ㅅㅂ 도마뱀이더라. 그 후로 나는 후유증땜에 아직도 침대 방 중앙에다 놓고 잔다. 온갓 벌레는 다나온다 ㄹㅇ. 바퀴벌레, 지네, 도마뱀, 파리 심지어 전갈도 한번 봤다. ㅈㄴ 쫄아서 엄마가 방역업체 바로 불러서 검사랑 소독 3번 시켰다.

 

이렇게 말한것처럼 안좋은 점도 많지만 좋은 점도 꽤 있었다. 일단 한국인들끼리 단합력이 좋아진다. 교민끼리 (한 100명정도 됬던걸로 기억한다) 축구 시합도 하고 노래자랑도 하고 여튼 여러 행사를 많이 했다. 그리고 아랍어도 조금 할준안다. 그래서 처음만난 사람들한테 아랍어 할줄 안다고 하면 분위기 금방 풀린다. (물론 아는건 안녕, 잘가, 숫자 뿐). 집도 지금 사는 고시원이랑 비교해보면 상당히 좋았던걸루 기억한다. 학교도 그렇고. 지금은 사우디가 관광도 허용하구 여성 운전도 허용하구 그래서 ㅈㄴ 좋아진걸루 암. 내가 초1부터 고1까지 외국에서만 살아서 한국어가 조금 서투르지만 그래도 잘 읽어준 형들 너무 고맙다. 공부만 하다가 심심해서 함 써봤엉.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