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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읽을거리/인생 & 썰

[군대] 말년병장만 무서운 게 아니다 - 각 계급별 말년 행태 총정리

by    2020. 1. 2.

이병/일병/상병

일반적인 경우 말년이 있을 수 없다. 진급누락이 많이 된 경우 말년상병이 존재하기도 하나, 특성은 말년병장과 흡사하다.

 

말년병장

가장 잘 알려진 말년 군인. 병들 중에서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위치에 도달했다. 다만 어차피 갈 사람이라 후임들에 비한 파워는 다른 고참 병들에 비해 좀 뒤떨어지는 편. 그래도 생활관 내에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말년병장은 짬도 쌓이고 할 것도 없고 나갈 생각밖에 없다. 귀찮은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숨거나 빠진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개 병사인지라, 마음대로 깽판을 치기는 어렵다. 깽판을 치더라도 생활관 내로 한정되는 경우가 대부분. 짬은 되지만 행보관, 중대장 등에게 직접 맞서기엔 역시 무리다. 초급간부에게는 상당한 데미지를 줄 수 있지만, 끝까지 가면 질 수 밖에 없는 운명. 그렇기때문에 말년병장의 주요 능력은 회피 및 은폐다. 맞서 싸우는 대신 보이지 않음으로서 피해를 최소화한다. 반대로 간부들도 어느정도 사회인으로 대우해주고, 말년에 귀찮을 일을 시켜야 한다면 상당히 미안해 하며 양해를 구하는 분위기.

 

말년병장의 대부분은 대학생인지라, 복학할 상상, 공부할 생각, 취업 생각 따위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드디어 거치적거리던 병역을 끝냈다"는 생각에, 나가서 어떤 인생을 살지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그래서 다른 말년들에 비해 희망찬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다만 부대에 갇혀있는 유일한 말년 계급으로서, 더욱 지루하고 괴로워 하기도 하는 계급. 이들도 지루한 말년을 보내다가, 부대에서 치러주는 단체 전역식 따위를 하고는 영원히 집으로 가버린다.

못 건드리는 이유 : 안 보여서 못 건드림, 배려

말년하사

하사가 말년이라면 무언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공군, 해군은 비교적 흔한 편이나, 육군은 더욱 심한 편. 그래도 4년동안 하사로 복무한 후 전역을 앞둔 말년하사들이 드물지는 않다. 이 경우 장기에 떨어져 포기했거나, 아니면 군에 뜻이 없어 나가거나 하는 부류. 병장에서 전문하사 등으로 잠깐 더 복무해서, 말년병장이 말년하사로 업그레이드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의 마음가짐은 말년병장과 더 비슷하다.

 

말년이라지만 말년병장만큼 태도가 급변하지는 않는 편. 일반적으로 맡은 업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완전히 숨어다니거나 일을 아예 안 하기는 힘들다. 지휘부의 입장에서는 대부분 딱히 골칫거리가 되지는 않는다. 4년치 짬 덕에 겉으로는 일을 하는 척을 잘 하기 때문. 물론 실제로는 예전처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 문제가 생긴다면 고생하는 것은 인수인계를 받은 후임자. 

 

여전히 행보관을 비롯한 선배 부사관과, 장교들에게 눌려 적당히 말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역시 윗선에서도 나갈 친구라며 적당히 봐 준다. 말년하사가 부대를 가장 골치아프게 하는 경우는 밖에서 술을 마시고 문제를 일으킨다던가, 어느날 갑자기 출근을 안 한다던가 하는 경우. 이런 경우 어느정도는 넘어가 주지만, 자칫하면 직업군인으로서 엄벌을 받을 수 있다.

 

말년하사면 보통 20대 중반 정도의 나이다.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고민이 많을 시기지만, 대부분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는 않는 분위기. 대학에 가지 않았다면 대학에 진학하거나, 다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그냥 작은 기업체에 취업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다들 젊기 때문에 나가서 무언가라도 해 낸다. 일반적으로 미래에 대해 크게 괴로워하지 않는(혹은 그냥 별 생각이 없는), 나름 희망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못 건드리는 이유 : 배려

말년소위

소위가 말년이라면 뭔가 대단히 잘못되었다. 드문드문 있는 말년하사와 달리 웬만해선 일어날 수 없는 사태. 큰 문제를 일으켜서 진급이 누락되으나, 현역복무부적합 심사에서 전역조치되지는 않았다던가 하는 드문 경우에만 발생할 수 있다. 그 정도면 상당한 관심장교(?)라서 일선 부대에서는 보기 힘들다. 대부분 스스로도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냥 한직에서 조용히 군생활을 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전역한다.

못 건드리는 이유 : 관심장교라서 안 건드림

말년중사

진급은 했는데 상사진급에 실패했거나, 군대에 뜻이 없어 뒤늦게 전역하는 부사관. 나이는 보통 30대, 해/공군의 경우 4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장기에 탈락해서 전역하는 경우라면 미래가 암울하다. 나이는 먹을대로 먹었고, 경력은 애매한 군 경력 뿐이고, 대부분 대학조차 다니지 않았다. 모은 돈과 퇴직금으로 버티며 창업이라도 하던가, 어떻게든 일거리를 찾아나설 준비를 한다. 군대에 뜻이 없어 전역하더라도, 대단한 계획이라도 있는 게 아니면 암울한 것은 마찬가지. 대부분 씁쓸하고 걱정 가득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때는 대부분 가족이 있고, 아이들도 어리다.

 

예전처럼 업무에 철저하게 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던 일은 한다. 대신 신세 한탄과 앞날 걱정이 늘어난다. 괜히 병을 한 명 잡아놓고 자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군 복무도 오래 했으므로, 전역할 때쯤 되면 싫든 좋든 부대 사람들이 챙겨준다. 회식도 하고, 술도 마시고, 말이라도 걱정해 주는 편. 그렇게 적당히 일을 정리하고 인수인계를 하며 말년을 보내다가, 어느날 부대원들에게 아쉬운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전역한다. 

못 건드리는 이유 : 딱히 건드릴 건수가 없음, 배려

말년중위

양산형 깡패. 짬도 좀 있고, 군대에 아쉬운 것도 없고, 계급도 낮지 않은, 말년의 삼요소를 잘 갖춘 말년계의 중간 보스. 그런데 흔하기까지 하다. 보통 군생활 중 한두명 정도는 만나게 된다. 보통 임관루트에 따라 2년~3년 정도의 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기다리는 경우다. 계급이 계급인지라 부사관 선에서는 원사가 오더라도 어떻게 하지 못 한다. 상급 장교들의 경우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장교 생활에 흠집을 내면서까지, 어차피 나갈 말년중위와 쓸데없는 트러블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은 부대의 비리나, 은폐된 사고 등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것이 폭로되더라도 잃을 게 별로 없다. 그래서 보통 억지로 통제하거나, 화를 내는 방법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 소령, 중령이든, 원사, 상사든 이들을 통제하는 방법은 한가지다. 최대한 미안하게 만드는 식으로 공략해야 말을 잘 듣는다. 

 

간혹 말년파워로 자기 맘대로 일을 추진하는 말년중위도 있지만, 대부분 대충대충 꼭 필요한 부분만 처리하고 자기 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 특성에 따라 같이 일하는 병사/부사관들은 널널한 천국이 되거나, 일을 다 넘겨받아 지옥을 경험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이들은 보통 취업이나 시험 준비에 몰두한다. 근무시간에도 공부를 하거나, 퇴근 후 학원을 다니거나, 휴가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가거나, 갑자기 몇 시간 사라지거나 하며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들은 전역하면서 사회로 내던져지는 셈이라 미래에 대한 부담이 있긴 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젊은데다 학력도 높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말년병장과 같은 희망찬 마음가짐이 많다.

 

또한 전역을 앞두고 군대 마인드도 많이 풀려서 위계질서를 크게 중시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병이든 부사관이든 계급과 무관하게 친하게 지내는 편. 이는 위 계급으로도 마찬가지다. 말년중위의 눈에는 병장이든 원사든 소령이든 점점 동생과 아저씨로 변해 간다. 그래서 말년중위와 함께 근무하는 경우 대체로 (업무를 몰아주지 않는다면) 군대 같지 않고 편안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마지막 1~2개월을 편하게 보내다가 부대에서 치뤄주는 전역식 같은 것을 하고 퇴근한다. 그리고 다시는 출근하지 않는다.

못 건드리는 이유 : 일이 더 귀찮아질까봐 못 건드림, 배려, 계급

말년대위

말년대위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말년중위보다 1~2년 더 복무하는 단기장교의 경우, 사관학교 출신이 5년차 전역을 신청한 경우, 소령 진급에 실패하여 뒤늦게 나가는 경우가 있다. 첫번째의 경우는 말년중위와 대체로 비슷하나, 오히려 군대에 몸 담근 기간이 더 길어 임팩트가 약한 편이다. 두번째는 정말 군인들이 꼴도 보기 싫어서 전역하는 게 아니라면, 장교들이 전부다 대학 선후배 관계인지라 그냥 조용히 지내다 가는 편. 반면 마지막의 경우는 말년중사처럼 비교적 암울하다. 나이는 30대 후반이 되어가는데, 나가면 새로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보통 어떻게든 취업은 하는 편이다. 그러나 군대에서 "장교"라는 관리직에 있었다가, 사회에서 그보다 낮은 위치의 직위를 얻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직업만족도는 대체로 낮다.

 

웬만해선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말년중위와 달리 좀 힘이 빠져있다. 후배 장교를 붙잡고 신세한탄을 하는 경우도 많다. 어쩔 수 없이 피하는 말년중위와 달리, 윗선에서도 미안한 마음에 적당히 배려해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들도 제 코가 석 자라 그런거지, 마음먹고 깽판을 친다면 말년중위를 능가할 수 있다. 업무상으로는 말년중위와 마찬가지로 그냥 트러블 없이 최소한의 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 의견을 끝까지 관철시키려는 부류는 오히려 말년중위보다 적은 편. 미래를 고민하며 말년을 보내다가, 작은 전역식이나 전역회식을 치르고 조용히 마지막 퇴근을 한다. 이 계급부터 군무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드문드문 생긴다.

못 건드리는 이유 : 배려, 계급

말년상사/원사

이들은 군생활을 꾸준히 정년까지 해 낸 진성 군인이다. 원사 진급을 못 한 상사는 많이 아쉬워하기도 하나, 그럭저럭 평온한 말년을 보낸다. 이들은 수십년동안 군생활을 해 오면서, 군생활 자체가 몸에 밴 사람들이다. 그래서 말년이든 아니든 한결같다. 그냥 매일 하던 일을, 하던 방식대로 한다. (제대로 하던 것은 제대로 하지만, 가라로 하던 것은 끝까지 가라로 한다) 문제가 생긴다면 지금까지 얻어 온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능숙하게 해결한다. 긴 군생활 동안 부대 내의 인간관계와 정치에도 통달한 편. 말년 병장을 찾거나, 말년 중위를 설득하거나, 폭주하는 대포중을 말리는 것도 아마 이들이 가장 잘 할 것이다. 부대에 문제가 생기면, 이들과 술 한 잔씩 하면 왠지 다 풀린다. 또한 말년이라 많이 나태해지거나 업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부대의 다른 구성원들과의 갈등은 적다. 다만, 누군가 기존의 틀을 탈피하려고 하면 말년파워와 짬을 이용해 강하게 저항한다. 

 

이들은 퇴역 후 퇴직금과 연금을 받아 유유자적한 생활을 한다. 보통 군대에서 익혔던 기술을 살려 소일거리를 하거나, 그냥 연금 타서 놀러 다니거나 하며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 이 나이면 애들도 다 키웠고, 돈도 남아난다. 별달리 걱정할 거리가 없기에, 말년에도 싱글벙글 희망찬 분위기를 보여준다.

못 건드리는 이유 : 건드릴 이유가 없음, 짬, 계급

말년소령

말년소령이라면 40대 중후반 정도가 된다. 조금이지만 군인연금 받고 퇴역하는 첫 말년장교다. 암울하진 않지만 상당히 애매하고 아쉽다. 연금 자체로 생활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지만, 40대 중후반이면 이제 막 자녀들이 대학에 가면서 돈이 많이 깨지는 기간이다.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든 경력을 살려 직업을 찾게 된다. 군무원으로 다시 임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전문성 강한 특기였다면 재취업이 어렵지 않지만, 보병, 기갑 같은 경우 경력을 살릴 방법이 없다. 군대 내에서 저런 특기가 주류인데, 사회에선 반대가 되는 셈. 결과적으로 말년소령들은 대부분 착잡한 심정으로 말년을 보낸다. 전역을 맞이하는 말년소령은 대부분 한직으로 미리 인사이동을 거치기 때문에, 말년의 임팩트를 남기기도 쉽지 않으며, 그냥 조용히 말년을 보내다가 어느새 사라진다.

못 건드리는 이유 : 계급, 인정

말년대령/중령

장포대와 대포중이라고도 부른다. 말년중위를 능가하는 말년간부 최종보스. 말년대위~소령을 거치며 약해졌던 말년장교의 임팩트는 중령에서부터 다시 살아난다. 중령 퇴역은 조금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대령으로 퇴역하면 충분히 만족스런 군생활이다. 심지어 대령 정도면 전역 후에 모셔가려는 곳도 많다. 이들은 이미 자식들은 대학도 보냈고, 연금도 두둑이 나온다. 원하면 다시 취업할 수도 있다. 앞날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더 이상 상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지휘관이나 실장 등의 상당한 권력이 있는 자리에도 보임된다. 그래서 위아래 신경쓰지 않는 폭군이 된다. 말년 중령이면 대부분의 대령들보다 기수가 높고, 말년대령이면 준장, 소장들과 기수가 맞먹는 경우도 있다. 기수가 상당히 중요한 장교들의 문화에서 (직접적인 상하관계에 있지 않는 한) 기수는 계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부연대장이 기수가 높다고 연대장한테 대들지는 못하지만, 중령 감찰실장이 기수가 높으면 대령 작전참모는 대들지 못한다. 다만 말년중위의 상위호환이라고는 볼 수 없는게, 꼴통 말년중위와 말년대령/중령이 마음먹고 싸우기 시작하면 말년중위가 패배하기 전에 부대 전체가 박살이 나게 된다.

못 건드리는 이유 : 계급, 짬, 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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