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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읽을거리/입시 & 취직

[이야기] 고시원 총무 알바에 관하여 & 총무 예찬

by    2019. 9. 28.

1. 총무라는 알바(직업)에 관하여

고시원의 총무는 원장 부재시의 대리인이다. 고시원의 이인자다. 보통 원장과 총무 두 명 밖에 없으니 그냥 하인이다. 총무는 원장이 안심하고 아들딸 얼굴도 보고 낚시도 하러 다닐 수 있도록, 고시원을 관리하고 유사시 원장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맡는다. 반면 입주자들과의 관계는 애매하다. 입주자의 태만은 총무의 업무부담, 총무의 태만은 입주자의 불편함으로 이어진다. 일종의 갈등관계이다. 동시에 총무는 입주자들의 친구다. 입주자들에게서 최대한 이윤을 뽑아내야 하는 원장과 달리, 총무와의 이해관계는 덜 복잡하다. 친하게 지내면 뭔가 떡고물이 떨어질 수도 있다.

 

총무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세상에 이보다 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일이다. 일종의 경비원 같은 셈이다. 돈은 많이 주지 않지만, 총무에게는 고시원 방이 무료로 제공된다. 그리고 고시원의 취사시설과 밥, 계란, 라면, 김치 등의 식품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자리만 잘 지키고 있는 대가로, 인간이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현대인이 아닌 원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이런 천국 같은 상황이 어디에 또 있을까?

 

몸은 멀쩡한데, 막노동은 하기 싫고, 자주 사람들과 부대끼는 알바는 싫고, 계속 신경쓰기보단 앉아서 공부라도(게임이라도) 하고싶다면, 고시원 총무만 한 일이 없다.

2. 기본 업무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은 일들을 맡는다.

 

1) 그냥 관리실에 앉아있기. : 70%

-> 정해진 시간에 그냥 앉아있으면 된다. 간혹 방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으면 안내해준다.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원장에게 연락한다. CCTV나 슬쩍슬쩍 보면서 간식 먹고 컴퓨터 하고, 의욕이 있다면 공부하면 된다. 물론 대부분의 총무들이 돈도 벌고 공부해야지! 라는 결심을 갖고 시작하지만 공부는 별로 하지 않는다. 보통 아침에는 8시 정도에 시작하고, 밤 11시 정도가 되면 총무도 방으로 자러 간다. 물론 자는 시간도 근무시간이다. 멀리 다른데 가서 자면 안 된다. 

 

2) 밥, 계란, 반찬 등 챙기기. : 5~10%

-> 밥과 기타 반찬이 충분히 남아있나 확인한다. 밥은 직접 짓지만 다른 반찬이 부족할 땐 원장에게 이야기하면 바꿔준다. 반찬과 계란 등은 외부 업체에서 납품받는게 대부분이다. 

 

3) 청소하기 : 10~25%

-> 청소를 외부 업체에서 해 주는 경우 : 잘 하나 감독만 해 주면 된다. 그래도 화분에 물 주기 같은 기본적인 일들은 총무의 임무. 청소를 직접 하지 않으면 매우 편한 대신에 급여가 다소 적어진다.

-> 청소를 직접 하는 경우 : 힘들다. 보통은 그냥 1~2시간 힘들면 끝이다. 복도 청소, 주방 등 공용공간, 관리실, 화장실, 샤워실 등을 청소하면 된다. 더럽지 않으면 매일 할 필요는 없다. 단 간혹 무개념 입주민이 재난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똥물이 넘친다던가, 어디에 토를 해 놓는다던가... 생각보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트라우마를 남기게 된다. 돈을 덜 받더라도 청소는 업체에서 하는 곳에서 일하자.

-> 퇴거 후 청소 : 외부업체를 부르는 고시원이라도 입주민 퇴거 후 방 청소는 총무가 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먼지만 좀 쓸면 되는 수준에서 대재앙급 폭탄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방 청소 때문에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는다.

 

4) 쓰레기 분리수거 : 10%

입주민들이 대체로 쓰레기를 막 버리기 때문에 좀 귀찮다. 딱히 환경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냥 적당히 눈에 띄는 것만 재분류해도 된다. 더 성가신 것은 쓰레기를 몇 봉지씩 모아서 버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쓰레기 버리는 날에는 총무가 고생한다.

 

3. 급여와 혜택

서울이나 대도시 지역의 급여가 높고, 청소를 직접 할 경우 더욱 높아진다. 근무형태도 종일근무와 오전/오후 근무, 주말근무 등의 형태가 있는데 이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기도 한다. 숙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근무시간만큼 최저임금을 챙겨주지는 않는게 보통이다. (물론 철판 깔고 나중에 걸고 넘어진다면 불법은 불법이다. 감시단속적 근로자 예외조항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면)

 

네이버 블로그의 AbsoMinor의 포스팅에 따르면 급여수준은 대략 아래와 같다.

고시원 종일 총무(청소 有 or 서울) : 80만~100만
고시원 종일 총무(청소 無 or 지방) : 70만~80만
고시원 오전/오후 총무(청소 有 or 서울) : 50만~70만
고시원  오전/오후 총무(청소 無 or 지방) : 40만~50만

+ 숙식 제공 (보통 해당 고시원에서 가장 안 좋은 방을 준다. 이 부분은 원장과 상의해서 변경하면 된다)

+ 주 6일 이상 종일근무의 경우 원장이 한두달에 1일 정도 따로 휴가를 주기도 한다. 이 부분도 원장과 상의해서 결정.

4. 특수한 상황

고시원 총무가 힘들 수 있는 이유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편하기 그지없다. 근무 중에 쭉 별 일이 없는 축복받은 총무도 있다. 근무 중에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략적으로 빈번한 순서대로 정렬하였다.


1) 입주민의 비위생

구토라던가 분변이라던가, 아니면 입주민이 나가면서 방을 쓰레기 매립장으로 만들어 놓았다던가 하는 경우다. 총무가 대단히 고생하게 된다. 외부 업체에서 청소를 하더라도, 정해진 시간에만 오게 되어있다. 따라서 누가 복도 한복판에 토하면 총무가 치워야 된다.

 

2) 입주민간의 갈등

고시원 입주민들은 대부분 예민한데다, 시설 특성상 소리도 냄새도 시선도 공유할 수 밖에 없게 되어있다. 그리고 주방이나 세탁기같은 공용시설은 함께 써야한다. 이러니 싸움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오히려 둘이서 욕하고 싸우는 경우는 쉽다. 하지만 총무에게 중재를 요구하는 경우 중간에 끼여서 곤란하게 된다.

 

3) 입주민과의 갈등

2번과는 다르다. 총무와 입주민이 싸우기도 한다. 갈등을 중재하다 사이가 틀어지기도 하고, 정당한 불만일 때도 있고, 막무가내인 진상 입주민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고시원의 특성 상, 이상한 사람이 있으면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고시원의 위치와 종류에 따라 이상한(정신병 등)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대학가 주변의 고시원이 가장 좋은 편.

 

4) 중대한 사건사고, 화재, 외부인 침입, 주취난동, 폭력 등

유형에 따라 즉시 조치를 취하고 경찰 혹은 소방서에 신고하면 된다. 직접 할 일은 별로 없지만 큰 사건이라면 트라우마가 남는다. 경우에 따라 총무가 직접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괜히 나서지 말고 어서 공권력을 호출하자. 

 

5) 입주민의 사망

흔하지는 않지만 드물지도 않다. 고시원 방에서 외롭게 죽는 사람들도 많다. 보통 죽고 한참 지나서야 발견하게 된다. 총무가 입주민들을 일일이 관리할 수 없고, 살아 있어도 며칠씩 안 나오는 사람들도 있기에 미리 알 방법이 없다. 무언가 썩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면 누군가 죽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4. 결론

인생이 지치고, 하고싶은 것도 없고, 돈도 없고, 계획도 없으면 1년 정도 고시원 일이나 해 보는 것도 좋다. 그냥 하루종일 앉아서 영화나 보고, 게임이나 하고, 치킨이나 시켜먹어도 된다. 특히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고, 혼자 잘 논다면 이게 천직이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총무 일은 힐링이나 다름없다. 가끔 있을지도 모르는 골치아픈 상황들만 빼면...

 

일을 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앞으로의 계획을 고민해 봐도 좋다.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내며 맨탈을 회복해도 된다. 의욕이 있다면 공부를 할 수도 있다. 작정하고 돈을 모은다면, 의외로 돈도 잘 모일 것이다. 반면 혼자 잘 못 놀고, 외출하는 것을 즐긴다면 고시원 총무 일이 너무 답답하고 괴로울 수도 있다.

 

매력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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