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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읽을거리/사회 & 역사

[관찰] 섹스x 부부관계o - 언론의 언어순화

by    2019. 12. 20.

무섭고 부끄럽고 외국에서 왔거나 새로운 단어들

왜 그대로 말하지 못하는가? 다양한 이유가 있다. 너무 무서운 단어거나, 너무 부끄러운 단어거나, 외래어이거나, 그냥 마음에 안 들거나. 대표적으로 "자살"은 절대 자살이라 불리지 않는다. 비교적 직접적으로 말할 때는 "극단적 선택"이라 불린다. 대부분은 그렇게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도 않는다. 자살이 분명한데도 "ㅇㅇ에서 숨진 채 발견"이라 보도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자살에 관련된 기사에는 항상 자살예방에 관한 안내문이 딸린다. 이는 한국기자협회에서 보건복지부와 제작한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따른 것이라 한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서는 자살의 직접적인 언급을 피할 뿐만이 아니라, "극단적 선택"과 같은 자살을 지칭하는 표현도 피하고, "사망" "숨지다"등과 같이 사망 자체에만 초점을 두는 언어를 사용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취지는 몹시 좋으나, 과연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 외에 자주 "순화"되는 단어들은 성과 관련된 단어다. 성기, 정액, 자위 따위의 단어들은 "주요 부위", "체액", "음란행위"등의 단어로 애둘러 말한다. 이런 순화된 단어들은 정확히 무슨 행위인지 특정하지 못 할 뿐만이 아니라, 완전히 틀리기도 한다. 성기가 신체의 "중요" 부위일 수는 있어도, 아무래도 "주요"부위는 아니지 않은가. 주요 부위는 머리나 몸통, 내장까지 고려한다면 심장이나 뇌나 폐 등이 되어야 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섹스를 "부부관계"로 돌려말하면서 부부가 아닌 사람들 간의 섹스는 배제되고, 또 마치 부부 관계 사이에는 섹스밖에 없다는 듯 한 뉘앙스를 풍기게 된다. 또한 성범죄를 "몹쓸 짓"정도로 돌려 말하면서 그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시킨다는 점이 비판받기도 한다. 보통 이런 돌려말하기에 대해 "국민 정서"를 이유로 드는데, 과연 정말 필요한 일일까 싶다.

 

마지막으로 "국어순화"를 위한 경우다. 스크린샷 등과 같은 외래어는 "갈무리"등의 우리말로 대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쌩얼"과 같은 신조어의 경우에도 언론에서는 "민낯"으로 순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둘 다 우리말인 셈인데 굳이 사용을 지양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외래어 역시 취지 자체는 좋으나, 이러한 언론용 순우리말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므로 실효성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리고 정말 "순수한" 국어를 지키기 위해 신조어와 외래어를 배척해야 하는지도 상당한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일상어 언론어
자살 극단적 선택
성기 신체 주요 부위 / 중요 부위
정액 체액
성폭행, 성범죄 몹쓸 짓
자위 음란행위
섹스 부부관계
스크린샷 갈무리
섹스하다 관계를 갖다
쌩얼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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