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ㅇㅇ, 여대생, 여사원, 여의사 등 -> 대학생, 사원, 의사 등
특히 인터넷 뉴스 등에서 상당히 자주 보이는 표현법. 남자 대학생은 대학생이지만 여자 대학생은 여대생이 된다. 보통 뉴스의 자극성을 위해 일부러 사용하는 이유가 큰 것 같다. 대부분 "여고생"이나 "여의사" 따위의 누군가의 판타지를 자극하려는 시도가 대부분인 것 같다(!?) 실생활에서는 정말 남녀의 구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잘 쓰지 않는다. 정말 "여"를 붙이지 않으면 남자로 오해하고, 남자로 오해하면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경우가 아니고서야 (수도병원 간호사 군 장교 폭행해... 전치 2주 vs 수도병원 남간호사 여군 장교 폭행해... 전치 2주) 이렇게 구분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여자고등학교/여자중학교 -> 고등학교/중학교
"남고도 있는데 무슨 문제야?"싶겠지만 "남자고등학교"로 불리는 남고는 없다. 많은 수의 남중/남고는 그냥 ㅇㅇ고등학교라고 불린다. 남중/남고가 기본으로 취급되고, 여중/여고는 일종의 하위분류가 되는 셈이다. 이 단어의 문제 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여자의 학교와 남자의 학교를 굳이 나눠서 유지한다는 게 사실 신기하다. 여중, 남중, 남고, 여고 나아가 여대까지 점진적으로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시대적 맥락에 잘 맞지 않다.
처녀ㅇㅇ, 처녀작, 처녀항해, 처녀비행 등 -> 첫ㅇㅇ, 첫 작품, 첫 항해, 첫 비행 등
원래 한국어에서는 이렇게 쓰지 않았는데, "Virgin voyage"같은 외국어를 번역하면서 생긴 표현으로 보인다. 맥락을 모르고 보면 상당히 어색하고 기이한 표현. 알고 봐도 여전히 이상하다. 그냥 "첫 작품"이나 "첫 항해"로 쓰면 의미도 더 명확한데, 왜 굳이 쓰는지 잘 알 수 없는 표현이다. 번역체로부터 온 이상한 표현에 익숙해 진 탓이 아닌가 싶다.
유모차(乳母車) -> 유아차(乳兒車)
의미가 현대의 상황에 맞지 않다. 다만 익숙한 단어라 그런지 비교적 거부감은 덜 든다. 생각해 보면 영어에서도 "Baby Stroller"라던지 탑승자(아기) 중심의 표현이 사용된다. 그러나 "유모차"라는 단어를 말할 때 그 한자의 의미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지는 잘 모르겠다. 유아차가 분명히 더 올바른 표현이다. 그러나 "유모차"가 익숙한데다 그 의미도 잘 와닿지는 않아, 쉽게 바뀌진 않을 것 같다.
그녀 -> 그
역시 번역체의 영향을 받은, 원래 한국어에선 쓰지 않던 말. 사실 소설이나 번역체에서나 사용하지, 실생활에서는 "그 사람"이 통용되는 것 같다. 이상하긴 하지만, (다행히) 일상생활에서는 사실상 사라진 단어. 그러나 그녀는 여자를 뜻하고 그는 남자를 뜻하는 100년 먹은 양분법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저출산 -> 저출생
"저출산"이라는 개념은 여성에게 더 큰 책임을 지우는 뉘앙스가 없지 않다. 심지어 정책적 기조도 그런 느낌을 줄 때가 있으니 말이다. 다만 "저출생"은 마치 강우량이 줄어든다던가, 땅에서 잡초가 덜 난다던가 하는 자연적인 감소를 나타내는 느낌이다. 이 현상은 사회의 탓, 남자 탓, 여자 탓 할 것 없이 결국엔 사람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저출산"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미혼 -> 비혼
말이 필요 없는 당연한 변화. 결혼을 인생의 당연한 과정으로 취급하던 시절의 잔재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가 아닌 단순히 "결혼을 하지 않았다."라는 중립적인 표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결혼을 할 계획이지만 아직 하지 않은(못한) 경우도 비혼에 포함되고, 그냥 생각이 없는 사람과 결혼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들 모두 같이 비혼 -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의 범주에 포함되게 된다.
자궁 -> 포궁
"여자"와 "남자"에서 보듯이 꼭 자(子)가 남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손자(孫子)와 손녀(孫女)처럼 구분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뇌피셜이지만 "자궁"의 경우도 남녀구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단어는 아닌 것 같다. 또한 보통 한자어의 의미를 꼽씹어 보지 않아서, 그리 와 닿지는 않는 주장. 바뀌어도 그만 안 바뀌어도 그만이란 생각이 든다.
몰래카메라 -> 불법촬영
2000년대만 해도 "몰래카메라"란 방송에서 유행하는 장난 같은 걸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몰카 범죄가 이슈화되면서 의미가 중의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요즘 방송에서 "몰카"라 하면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든다. 불법촬영을 몰래카메라라 부른다고 범죄가 아닌 장난처럼 느껴지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범죄라는 사실도 확실히 각인시키고 헷갈리는 경우도 줄일 겸 구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불법촬영이 더 깔끔한 표현으로 보인다.
리벤지 포르노 -> 디지털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는 "리벤지 포르노"를 포함하는 보다 큰 범주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온라인 상의 성희롱, 성인물의 부적절한 유통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할 수 있다. "리벤지 포르노"는 물론 가해자 입장의 개념이고, "포르노"라는 분류는 상당히 기분나쁠 수 있다(실제로 그것이 포르노의 범주에 드는지는 다른 문제), 다만 "디지털 성범죄"라는 단어가 완벽한 대안을 제공하지는 못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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