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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읽을거리/입시 & 취직

[스크랩] 중소기업 관찰 썰

by    2020. 7. 18.

 

소개부터 간단히 하자면 석사 마치고 전문연구요원으로 중소기업다니고 있다. 중소기업 다니면서 배우는 점도 있지만 ㅈ같은 부분이 많긴하다... 그냥 심심할 때 핸드폰 메모장에다가 회사에 대해 끄적이던거 오늘 칼퇴하고 집와서 치맥하는데, 자기 전에 짬나서 컴퓨터로 한 번 정리해봄. 내가 다니는 회사가 중소 기업중에서는 나름 대우나 근무 조건은 좋은 편인데도 단점이 많다. 어른들이 왜 '대기업 대기업' 노래 부르시는 지 직접 다녀보니 알겠더라. 아무튼 그냥 시간 때울겸 읽고 뭔가 도움이 되면 좋겠네



1. 무능한 사람이 많다

중소기업 특성상 뛰어난 인력이 올 상황과 조건이 아님. 괜찮고 일 잘하는 사람들이 들어오더라도 결국엔 지쳐서 떠나고 회사에 남은 대부분은 업무를 잘 못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이 대부분임... 그들은 밑에 애들 굴리면서 돈 따박따박 받으며 칼퇴하니 신의 직장일 듯…

1) 미수금 사건

B차장은 거래처에서 물품을 공급받아놓고 1억 5천을 미수금으로 두고 얘기안하고 가만히 있어서 그거 처리하느라 3개월을 고생했다. 근데 그 B차장은 고개 잘 들고 회사 다니더라. 나라면 그렇게 일처리 못하고 사고치면 쪽팔려서 못 다닐 거 같은데... 누구 아는 사람인가 그 짓거리 했는데도 안 짤리는게 신기하더라.



2) 꼰대 L팀장

이 새끼는 나 첫 출근날 나 처음 보자마자 나한테 '야'라고 함. 예의라는 게 있는데 아무리 나보다 나이 많다 해도 저렇게 말 까면 천박해 보이더라. 다들 일 많은건 똑같은데 매일 일하면서 '아이씨', '씨발', '하(한숨 푹푹)' 거리면서 다리 떨면서 일함. 그리고 매일 하는 일은 회의(머저리들 모여서 업무시간 때우기), 바쁜척('저 ~~하느라 아직 메일도 못봤어요 하하'), 업무분장(자기 개소리 잘 받아주는 애한테는 일 안주고 마음에 안 드는 애는 잡일 존나 줌.)

얘 밑에서 잠깐 업무 본 적 있는데 자기팀 이슈 생겼는데 뭐라도 해야 되니까 그냥 일단 날 시킴. 제대로 workflow나 목적 같은 건 다 생략하고 '일단 해'. 근데 논리적으로 말도 안되는 개소리라 내가 검증 좀 하고 있었더니 자기가 시킨 거 안한다고 무시하냐고 석사한거 맞냐고 소리지르더라. 나도 갑자기 빡돌아서 그 자리에서 대판 싸우고 자기가 논리로 밀리니까 '나 너한테 오더 안해! 알았어!?'소리지르고 나가더니 그 날 이후로 인사만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회식때는 내가 소주 못한다니까 '내가 대기업 다 다녀 봤는데, 대한민국 사회 안바뀐다.'라면서 술 억지로 맥이더니 10신가 2차 가서 자리에 앉았는데 인사도 안하고 도망갔더라. 근데 이 날 회식 이후로 저녁회식 없애고 점심 회식으로 바뀜. 대기업 다니던 새끼가 왜 이딴 좆소다니는 지 모르겠음.



3) 역피라미드식 인사구조

사원급보다 본부장, 팀장, 차장, 실장 등등 위의 직급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근데 이 사람들 대부분 돌대가리들이라 자기네 부서 하는 일을 모름;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회의하는데 회의 내용은 '업무 떠넘기기'. 일의 방향이나 문제 해결방향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임. 자기 들이 할 능력이 안 되니까 이 사람 저 사람 미루고 미룸... 그리고 이 사람들끼리 또 사이가 안 좋아서 부서간에 소통이 안되고 고성이 오가는 건 기본... 팀장급 무능한 건 사건이 너무 많아서 쓸 수도 없다;



4) 비효율적인 업무

서류의 어떤 항목을 B로 바꾸라고 지시함. 여기서 내가 '이건 B가 아니고 A가 맞다'라고 얘기하면 지금 자기 무시하냐고 갑질 시전... 그래서 B로 수정한 후  출력해서 갖다주면 B를 C로 바꾸라고 함. 근데 결국에는 A가 맞고 C를 다시 A로 바꿔야 하는 상황 발생ㅎㅎ 어제는 이렇게 반복되는 수정때문에 여직원 하나가 울면서 팀장한테 따지더라. 내가 몇 주 전부터 그렇게 얘기해도 팀장이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더니 이제와서 발뺌한다고!! 결국 여직원만 야근해서 서류작업하고 팀장은 칼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정말 해야되는 일 vs 윗사람이 시킨 일, 둘 중에 먼저 해야 되는 일이 뭐라고 생각함? 정상적인 회사면 두개가 일치해야 되는데 좆소의 빡대가리새끼들은 두 일이 다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존재의미가 없는 ㅇㅇ팀

우리 회사 방향이 바뀌면서 ㅇㅇ팀일이 공식적으로 없어진지 거의 1년이 되가는데 ㅇㅇ팀 해체를 안함. 그 팀은 1년 가까이 내가 지나다니면서 보면 핸드폰 하거나 턱괴고 마우스 만지는 게 다임. 점심시간에 등기대고 자는데 점심시간 끝나고 한 30분 지나도 그대로 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팀원들 다들 자니까 점심시간 끝났는지도 모르고 자더라. 일 안하고 매달 통장에 따박따박 박히는 건 부럽긴 한데 언제까지 그렇게 다니려나...



2. 과제를 위한 연구

회사는 제품의 단가를 낮추고 물건을 팔아 영업이익을 내서 매출을 내는 집단임. 이공계 계통 중소기업은 국가지원보조금에 국가과제(중기청 등) 연구비로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쉬움. 그런 과제를 유지하기 위해 실용성과 판매가능여부를 생각하지 않고 과제 결과 보고서를 위한 쓸데 없는 실험, 제품 개발 등등 여러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잡아먹음. 그래서 진짜 필요한 연구개발 혹은 제품개선에 시간 투자를 못함… 회사의 미래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돈을 공급받기 위해 형식적인 일들을 하는 경우가 많다.



3. 과제비 돌려막기

이건 중소기업 뿐 아니라 모든 대학원도 해당하는 얘기임 (유치원도 국가보조금으로 성인용품사잖아?). 학교에서는 과제 연구비 '가라'로 처리해서 실험실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나 컴퓨터 사는게 흔함. 진짜 심한 경우는 플스사는 실험실도 있음ㅎㅎㅎ; 여기 회사에서는 판매하는 제품 원자재 구매하는 데 쓴다. 근데 이건 정말 양반인게 제품 원자재가 곧 진짜 실험을 위해 쓰는 거랑 같은 품목이라 감사 들어와도 문제는 안됨. 근데 다른 중소기업은 사장이 과제비 카드로 자기 가족끼리 외식하고 추진비(회사 세미나 핑계로)로 스키장가고 집에서 쓸 다이슨 청소기 사는 등 진짜 개판인 경우가 많다.



4. 일을 하는 사람만 한다

좆소 아니더라도 모든 집단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 일 하는 사람만 일함. 우리팀에서 쓸 실험용품이나 사무용품을 사놓으면 다른팀이 몰래 가져가서 씀;; 내가 관리자기도 하고 살 때마다 기안 올리는 게 귀찮아서 좀 대량으로 사긴 하는데 좆같은 새끼들이 다 갖다쓰더라. 석사는 했지만 말단이라 다른 부서의 부서장에게 직접가서 얘기할 수가 없어서 실장한테 상황을 얘기를 해도 해결이 안됨. 나보고 좀 고생하라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ㅋㅋㅋ

그리고 능력이 안되는건지 요령피우면서 일을 안하는건지 다른 팀원들은 일을 해도 결과가 안나옴. 맨날 계산틀리고 디자인 잘못되어있고... 허구헌날 'ㅇㅇ씨 이거 맞아요?', '이거 맞는지 확인해주세요...' 시발 쟤네 한 일주일 걸리는거 내가 2~3일에 결과내서 갖다주니까 팀장이 나한테만 일시킴ㅡㅡ 좆같아서 나도 이제 시키면 못한다고 손절침. 내가 안해도 할 사람 다 있긴 하더라. 난 회사들어가서 능력 보여주겠다고 존나 열심히 했는데 그냥 혼자 개고생한거였음. 너네도 회사들어가면 적당히 요령껏 기한만 맞춰서 일하셈... 열심히 일하는 사람만 손해다...



5. 학벌이 중요하다

내 가치관 자체가 학벌을 신경 안쓰고 자기가 능력좋고 일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회사 들어오고 생각이 바뀜. 전문대 출신이 영어 못하는 건 이해하겠음. 근데 석사를 마친 사람(지방대)이 논문이나 카탈로그 매뉴얼의 영어를 구글번역 돌려서 읽는 거 보고 좀... 충격 먹음... '수능 때 5등급 받아서 안 좋은 대학 간 사람이 4~6년 공부해서 사람이 달라질 수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수능등급이 곧 그 사람의 학습능력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아 물론 업무능력과 학벌은 별개임ㅇㅇ... 대학에서 공부했어도 회사에서 업무공부해서 그 업무를 해야되는데 그런 학습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기 때문에 회사에서 학벌을 본다고 생각한다. 보면 A급 회사는 인서울, B급 회사는 수도권, 좆소는 지방, 전문대 이런식으로 급이 나뉘더라(물론 예외는 있음). 어중간한 지잡 가느니 전문대가서 테크니션으로 QC나 기본적인 잡무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더라.



6. 좋은 경험과 기회

그래도 회사라는 집단에서 업무를 하고 몇몇 일 잘하는 팀장들이랑 부대껴서 일도 하고 각종 서류작업이나 부서간에 서류로 대화하는 걸 배우는 건 도움이 되는 거 같음. 내가 있는 팀이 TFT라 회사 생존이 걸린 중요한 프로젝트 진행하고 있음. 그래서 회장(좆소인데 인수되서 나름 그룹임ㅋㅋㅋㅋㅋㅋ), 사장, 실장, 팀장, 해외 agent들 들어가는 회의에 사원급으로 유일하게 들어가는데 회사 자세한 상황이나 민낯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한 경험인 것 같음. 대기업에 들어갔으면 그냥 위에서 시키는대로만 했을 텐데 중소기업이라 다양한 부서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부정적으로 말하면 일이 많은거지만...)가 있고 이런 프로젝트회의에서 내 의견을 말 할 수 있다는 건 진짜 소중한 경험이기는 함. 여기에서 있는 3년의 경력이 다른 회사가서 인정 받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신입으로 가더라도 29살 석사로 3년 좆소경력이면 나름 경쟁력있지 않을까?



7. 회사 조건

전에 전문연 편입되기 전에 7주 다니다가 좆같아서 때려친 곳 있는데 거기에 비해서는 훨~씬 조건이 좋다. 여기 회사 위치는 수도권. 본가에서 출퇴근 1시간 이내. 좆소+내 전공치고는 보통 연봉임. 점심,저녁 식대 지원. 연차 자유롭게 사용 가능. 야근비지원. 점심회식ㅎㅎ. 9 to 6 칼퇴 보장.



세줄 요약

1. 좆소는 좆소다.

2. 가능하면 대기업가라.

3. 회사에서는 열심히 하지말고 요령껏 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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