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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읽을거리/인생 & 썰

[스크랩] 고시원을 인수해서 원장이 되었습니다

by    2019. 9. 27.

제가 4년동안 총무를 하던 고시원을 인수해서 권리 계약, 임대차 계약끝내고 사업자 등록 내고 사장이 되었네요 ㅋ

적금깨고... 모아둔 금팔고... 결국 일을 벌렸네요..

사장하기엔 어린 나이인데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어요. ( 83년생 )

제가 야간 총무로 일을 했었는데...

원장님께서 안좋은 일이 생기셔서 ( 뉴스에도 나갔음... 자식분이 도끼난사를 당하셔서 치료 및 법적소송으로 힘들어하셨음 )

원장님께서 경제적으로 힘드시다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도와달라고 하셨어요.

아마 돈을 더 준다고하면 도와드리지 않았을거에요.

그래서 제가 매출 1300~1400 중 임대료, 전기세, 가스세, 수도세를 비롯한 공과금 다 내고

순 이익 500~600 을 계좌이체 시켜드렸어요.

인건비 아끼려고 빈방생기면 도배도하고... 환풍기 설치하고... 하수도 뚫고... 기본적인 배관공사도하고...

하루에 전단지 100장씩 붙이고...

학교 후배들 불러와서 방채우고... 주변에 망하는 고시텔가서 TV, 냉장고 싸게 사오고...

( 고시텔 업계도 정말 치열해서 10개있으면 1~2개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현상유지 및 적자입니다. )

원장님과 부모님처럼 지냈고...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누구보다 잘알기에

( 돈도보다도 아들이 잘못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게 마음이 아펐습니다. 뇌를 다쳤습니다. ㅠ.ㅠ )

인간 대 인간으로서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드렸습니다.

총무를 하면서 변리사 공부를 하였는데 2차에서 매번 떨어졌고...

포기를 하고 2013년 12월에 원장님께 고시텔 총무를 그만두고 이제 고시공부 접고

취업을 하겠다고.. 합격한 직장이 울산, 거제도등 이곳에서 통학하기엔 힘들어서 지방내려가야겠다고...

신입사원 하기엔 나이도 많아 더 이상 취업을 늦출 수 없다고...

변리사 합격하기 너무 어렵고 이제 지친거같다고... 포기해야겠다고...

그랬더니 원장님께서 하시는말씀...

이 고시텔 니가 인수해서 해보는건 어떻냐고...

그동안 인간 대 인간으로서 너무 고마웠고 너에게 해줄 수 있는건 고시원 싸게 주는거밖에없다고...

원장님은 동생분이 있는곳 ( 외국 ) 에서 살거같다고...

원장님 동생분이 중견기업 CEO 인데 원장님께서 힘든일을 겪으시면서 충격을 많이 받아 외국에서 요양시키는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정말 고민을 많이했고...

물어볼 사람도 없고 부모님께 말하면 100% 반대할거같고.... 주변친구들도 대기업두고 무슨 고시원이냐 그러고 ㅋㅋ

그래서 정말 정말 고민하다 결국 일을 벌였습니다.

원장님과 권리계약 끝내고 건물주인과 임대차계약 끝내고 스프링쿨러 소방시설하고..

제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냈습니다.

매매가가 2억이 넘어가는 고시텔인데 싸게 인수했습니다.

이라크 해외 파병수당 ( 전쟁터가서 목숨걸고 벌어온 돈인데 ㅋㅋㅋ)

10년넘게 모아온 금. ( 금값은 요새 왜이리 떨어졌는지 ㅋㅋㅋ )

군제대하고 학원강사로 일하면서 모은돈

( 공대 - 기계 를 전공하고 수학교육을 복수전공해서 2006년 부터 파트타임으로 수학 학원강사를 했습니다. )

수학과외, 토익과외도 꾸준히해오고 김밥천국에서 1500원짜리 김밥으로 하루를 버티며 차곡 차곡 돈 모았습니다.

암튼 있는 돈 없는 돈 탈탈탈 털어서 ( 전공책, 변리사 책도 헌책방에 다 팔았음 )

있는돈 없는돈 다 털어버리니 8천만원이었고...

나머지는 대출을 받을까 생각했는데.... 2금융권..저축은행밖에 대출을 안해주더군요.

이자도 정말 비싸더라구요 ㅋ

그래서 부동산을 운영중인 어머님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말씀드렸습니다.

엄마는 제가 고시원 총무를 하고있다는 사실을 모르셨습니다. 학교 실험실에서 조교하고... 고시공부하는줄아심

어머님께서 변리사 합격증을 들고 온줄알았더니 무슨 고시원이냐고 ㅋㅋㅋ

나가라고 ㅋㅋㅋ 넌 도대체 뭐하는 새끼냐고 ㅋㅋㅋ

무슨 돈을 빌려달라하냐고 ㅋㅋㅋ

암튼 그렇게 집에갔다 쫓겨났습니다. ㅋ

몇일 뒤 어머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안빌려주면 어디가서 빌릴거같고... 고시원도 잘만 운영하면 대기업연봉보다 많을거같다고...

새끼를 신용불량자로 만들 수 없으니 나머지 금액 빌려줄테니 한 달에 3백만원씩 값으라고...

새끼니깐 특별히 이자는 안 받겠다고 ㅋㅋㅋ

그리고 어머님께서 부동산을 하셔서 수수료도 꽁짜로 해주셨습니다.

( 예를 들어 2억짜리 계약이 성사되면 10% 인 2천만원을 공인중개사에게 주어야하는데... 엄마가 수수료도 안받았습니다. 사실 새끼니깐 당연한거지만 ㅋ )

정말 우여곡절끝에

매매가 2억 2천인 고시텔을

내돈 ( 8천만원 ) + 엄마가 빌려준돈 ( 8천만원 ) = 1억 6천 해서 고시텔을 인수했습니다.

참고로 아빠는 모르심. ㅋ 아버님은 Y 대 의대쪽에서 수십년간 밥먹고 공부만 하신분이라 직업도 의사, 변호사만 있는줄알고

보수의 끝판왕임. 아침에 밥먹으면서 '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대하여 말해볼래? ' 이러는분임 ㅋㅋ

대화가 안됨. 고3 때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1학기 다녔는데... 그만둔 이유가 아버님께서

어디 중앙대가 대학이냐고 ...수학, 물리가 안들어간걸 뭐하러 돈내러 배우러다니냐고 ㅋㅋ 등록금 낼 가치도 없다고 ㅋ

암튼 엄마랑 비밀협약을 맺고...

정말 정말 우여곡절끝에 사장님이 되었음 ㅋㅋㅋ

사람인생은 정말 살고볼일임 ㅋㅋㅋ

몇달전의 한 마디.

' 원장님. 취업때문에 울산이나 거제도로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총무 그만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원장님 왈

' 니가 고시텔 인수해볼래 ? '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 한마디에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않습니다.

ㅋㅋㅋㅋㅋ

정말 인생은 모르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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